농사의 신 자청비 이야기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으로 개작)

민족 신화는 한 사회의 내면을 상징화한다. 그리고 신화는 모든 민족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도덕심의 체계를 이루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어떤 사회에서든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무언의 규칙들은 항상 그 집단의 뿌리인 신화와 종교에서 합법성을 취해왔다. 신화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다양한 믿음의 원형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자청비 신화의 교육적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우선 자청비 신화에서는 굴곡 많은 자청비의 일생을 통해 고난 끝에 행복에 이르는 한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자청비가 많은 시련을 견딘 후 문 도령과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이에 안주하지 않고 농사의 신에 오르는 점은 오늘을 사는 나의 상황이 힘겹고 고난의 연속이더라도 그것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련의 과정임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갖은 시련을 극복하는 신화 속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은 현재의 우리 학생들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자청비가 남편이나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씨앗을 일구어 당당히 이 땅의 농신의 자리에 오른 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가는 삶이 더욱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다.

- 이러한 교육적 의의에 근거하여, 자청비 신화 세경본 풀이 원문과 인터넷 해설들을 참조해서 '농사의 신 자청비 이야기'를 개작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을 목표로 해서 썼어요.

아주 오랜 옛날, 제주에는 집안은 부유하나 늙도록 자식이 없던 김진국 대감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절에 불공을 드리면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하루도 빠짐없이 불공을 드렸다. "앞모습은 태양, 뒷모습은 달 같은 아이를 주십시오. 간절히 비옵나이다." "두 어깨에 별이 송송히 뜬 것 같은 아이를 낳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드린 덕분에 김진국 대감은 예쁜 딸을 낳게 되었고, 아기의 이름을 자청비라고 지었다.

자청비가 15세가 되었을 때, 그녀는 빨래터에서 우연히 하늘에서 내려온 문 도령을 보게 되었다. 문 도령은 글과 무예를 익히려고 지상에 있는 김 훈장님을 찾아온 것이었다. 자청비는 문 도령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 "제 쌍둥이 동생도 김 훈장님을 찾아 가려던 참이었는데 같이 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자청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집으로 들어가 남장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동생인 것처럼 꾸며 문 도령과 함께 김 훈장님의 서당에 찾아갔다.

두 사람은 서당에서 3년간 함께 공부하며 매우 친해졌다. 하지만 문 도령은 자청비가 여자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자청비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학생이었다. 자청비는 밤마다 방에 물 대야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젓가락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 젓가락이 떨어지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소용없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 문 도령은 그 말을 믿고 젓가락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잠을 자야 했다.

문 도령이 다시 천계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자청비는 자신이 여자임을 밝히고 문 도령과 사랑의 약속을 하였다. 문 도령은 하늘로 올라가며 얼마 후에 다시 땅으로 내려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문 도령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청비는 문 도령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청비네 집 하인 정수남은 자청비에게 문 도령을 보았다고 거짓말을 하여 자청비를 산으로 꾀어내었다. 정수남은 산에서 자청비를 덮치려다가 오히려 자청비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자청비는 사람을 죽인 죄로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집에서 쫓겨난 자청비는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환생의 꽃을 구하려고 서천 꽃밭으로 갔다. 그 꽃밭을 다스리는 사라 대왕에겐 큰 고민이 있었다. 사라 대왕은 매일 밤마다 꽃밭 위로 부엉이가 찾아와 울어대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실 그 부엉이는 정수남의 영혼이었다. 다시 살아나기 위해 서천 꽃밭을 찾아 와 울어대는 것이었다. 사라대왕은 부엉이를 잡는 사람을 자신의 사위로 삼겠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자청비는 밤중에 예쁜 옷을 입고 뜰에 누워 정수남의 영혼을 불렀다. "정수남의 원혼이 여기 와 있거든 내 가슴에 날아와 앉아라." 그러자 부엉이가 날아와 자청비의 가슴에 앉았다. 자청비는 곧바로 화살을 찔러 부엉이를 죽였다. 자청비는 부엉이를 잡고 사라 대왕의 왕궁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생의 꽃을 훔쳤고, 사라 대왕에게는 과거시험을 보러 간다는 핑계를 대어 집에 돌아왔다.

자청비는 어렵게 집에 돌아와 환생의 꽃으로 정수남을 살려냈다. 그러나 집에서는 자청비가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괴상한 존재라며 그녀를 다시 집밖으로 쫓아냈다.

집에서 쫓겨나 거지가 된 자청비는 우연히 베를 짜는 여신을 만나게 되었다. 마침 여신은 문 도령이 결혼식 때 입을 옷을 짜고 있었다. 천계의 문 도령이 다른 여인과 혼인을 하게 된다는 말에 자청비는 몹시 충격을 받았다. "제가 대신 짜겠습니다." 자청비는 여신에게 그렇게 말한 뒤 베틀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문 도령을 위한 비단을 짰다. 그리고 비단 끝에 '자청비가 짠 비단이다'라고 썼다.

문 도령은 비단을 보고 부랴부랴 자청비를 찾아왔다. 하지만 자청비는 문 도령이 야속하게 느껴져서 바늘로 문 도령의 손가락을 찔렀다. 이에 화가 난 문 도령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다시 문 도령과 헤어진 자청비는 물을 길러 온 선녀들을 도와줘서 그 덕에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데 문 도령은 불치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한 상황이었다. 자청비는 환생의 꽃의 향기로 문 도령을 살렸고 두 사람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자청비는 하늘에서 일어난 전쟁을 진압한 공으로 오곡종자와 메밀 씨와 지상의 땅을 하사 받았다. 자청비는 남편과 함께 지상으로 내려와 많은 사람들에게 곡식의 씨앗들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하여 자청비는 쌀과 농사의 여신이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의 들판은 황금물결을 이룬다. 그것은 자청비가 농사를 풍년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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