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겨레의 스승이다.

우연히 새동아에 실렸던 원로교사 선배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26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늘 우스갯소리로 교사 친구들에게 너와 나는 ‘겨레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거창한 단어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나의 첫째 소임도 마지막 소임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것은 참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가르친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성과가 딱히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조화로운 인성을 기르는 초등학교에서 성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많은 면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교사다. 학부모들은 교사가 다 해주기를 바란다. 교사 본연의 일보다 사소한 요구가 크게 부각되고, 그로 인한 시비가 생기면 모두 교사 탓이 된다. 교육당국자 및 사회구성원들은 보이지 않는 교육이라는 행위를 두고 포장하고 실적을 쌓으란다.(…)

그러나 나는 겨레의 스승이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일주일 3번씩 수업을 해도, 거칠고 비뚤어진 심성으로 친구와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아이로 하루가 무거워도, 내 하루하루가 3D업종과 별반 차이가 없어도, 상상 이하의 박봉을 받아도 나는 괜찮다. 나는 좋다. 왜냐하면 새순과 같은 아이들과 같이 자라는 삶을 허락 받아서다.”

이 글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자못 거창하게 느껴지는 표현들에 조금 주눅이 들었습니다. 사실 요즘같이 교권이 땅끝까지 추락한 마당에, “나는 겨레의 스승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요? 하지만 글을 한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수록, 조금씩 이 분의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저야 이제 막 시작하는 햇병아리 선생님인지라 선배 선생님의 마음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슴 한 쪽이 뭉클해지며 마음 뿌리가 뜨거워져왔습니다.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에 의지하기보다는, 내가 세상을 어떻게 일구어 나갈 것인가가 진정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선생님을 평가절하 하는 것에 대해 서운케 생각지 말고, 나부터 찬찬히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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