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방학 때 논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많은 선생님들이 방학 때 노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방학은 꼭 필요하다.
그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들은 잘 아실 것이다.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지를… 단 한 명의 아이도 그러한데, 선생님들은 1대 26의 상황에서 학생들을 돌본다.
(그나마 우리 반은 26명에 불과해 다행이지만, 우리 학교 1학년의 경우 한 학급 당 학생수가 무려 33명에 이른다. 그리고 내가 ‘돌본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초등학생들의 경우 교과학습 이외의 면들을 살피는 데에도 매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학기가 끝나고 나면 진이 빠져 거의 녹초가 된다. (‘아이들이 에너지를 훕수 해 갔다’고 종종 표현한다. 어찌되었든 아이들이 선생님의 좋은 기운을 받아 잘 자라준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면 학생수가 작은 시골학교의 상황은 어떠할까? 이쪽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병폐는, 큰 학교나 작은 학교나 똑같이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 아니냐고? 도시의 36학급 정도 대규모 학교는 선생님 수가 50명에 육박할 것이다. 하지만 시골의 6학급 정도 소규모 학교는 선생님이 대략 10여분 뿐이다. 50명이 나눠서 할 일을 10명이 하고 있으니, 시골학교 선생님들의 가장 큰 고충은 과중한 행정업무다. 쏟아지는 행정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자연히, 교재연구가 소홀해 지게 된다. 따라서 방학은 그나마 교재연구 및 충전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골 학교들은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교가 보육이라는 사회기능까지 떠안다 보니, ‘돌봄교실’이 열려 선생님들이 시골 아이들을 온종일 보살피고 있다. 부모님들은 농사를 지으시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그나마 방학이라는 게 있어야 새로운 공부도 하고, 지난 학기를 반추하며 다음 학기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새로운 것들도 연구할 수 있다.
나는 이번 방학 중에 대학원을 다니고 잇고, 논문도 써야 하고, 서울로 오가는 직무연수는 3개, 집에서 인터넷강의를 듣는 원격연수는 1개, 그리고 공부모임도 1개 있다. 여기저기서 질타받는 직업이 교사라지만, 그래도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덧. 사실 방학에 대한 오해는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