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하도 수상하다 보니 조심스레 살게 된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택시를 태워 보낼 때면, 출발하는 택시 뒤로 손을 흔들며 차 번호와 함께 집에 잘 들어가라고 메시지를 보내주곤 했다. 대학 신입생 때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오던 습관이다.

택시는 도시 사람들에게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콜택시도 많고 카드 결제도 잘 돼서 택시를 타는데 별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기사님과 나 단둘이 택시를 탈 때가 많고 어찌 되었든 내 신변을 낯선 이에게 맡기는 일이라 안전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콜택시를 탄다. 콜택시는 불법 등록차량이 걸릴 일도 없고 탑승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어쩌다 혼자 택시를 잡아탈 때는 무조건 뒷좌석에 탄다. 그리고 택시 허가증으로 택시 회사명과 기사님 성함을 확인한다. 그리고 허가증의 사진과 기사님 얼굴이 같은지 살펴본다. 그래도 뭔가 불안할 때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가족과 통화를 한다.

여기저기 다닐 때도 낯선 사람은 항상 조심하게 된다. 사실 노약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내게 접근할 때면 마음을 놓기가 쉽다. 하지만 세상이 하도 무서워서 노약자들을 돕다 범죄에 당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낯선 사람이 건넨 음식은 절대 먹지 않으려 하고 낯선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주는 일도 조심스럽게 되었다.

주차할 때도 될 수 있으면 CCTV가 있는 곳으로 간다. 택배가 오더라도 문을 바로 열어주지 않고 현관 앞에 두고 가시라고 말씀드리거나 경비실을 통해 받는 편이다.

항상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매사 겁먹은 초식동물처럼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서글프고 피곤하다. 믿고 사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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