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쉼표

신록은 나를 설레게 한다. 매년 새롭게 더해지는 짙은 초록의 풍성함에, 작년에 봤던 그 풍경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풀과 나무들은 해마다 새롭게 빛나는데, 나만 제자리에서 가만히 늙어가나 싶어 괜히 우울한 얼굴빛이 비친다.

하지만 시원하게 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생생한 향기를 맡으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사람들에 치이고 스스로 욕심에 치여서 각박해진 마음이 한결 누그러든다.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것인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전히 어렵고 헷갈리지만, 이렇게 한 박자 쉼표를 얻으면 무언가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한줄기 힘이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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