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때였다.
교육심리 과목의 행동수정이론에는 '상호제지법'이 있다.
상호제지법 :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그것과 양립할 수 없는 반응을 제시하여 불안반응을 감소시키거나 억압시키는 방법
예를 들면, 고소공포증을 치료하려고 고층빌딩에서 심호흡을 하며 몸에 힘을 빼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높은 곳에 있으니 마음이 떨리고 두렵지만, 무서워서 몸이 움츠러드는 것과 심호흡으로 근육이 이완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반응이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고소공포증이 점차 나아진다.
당시 나와 친구들은 여름 무더위에 체력이 바닥났고, 임용 시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경이 날선 상태였다. 그래서 매일 "아휴, 짜증나~" 소리가 입에 붙어있었다. 함께 공부하다 우연히 상호제지법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친구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앞으로 짜증나~ 소리를 다른 말로 바꿔볼까? 상호제지법으로 말이지."
일리 있는 말이었다. 우리는 당장 '짜증나'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을 떠올렸다.
"행복해, 어떨까?"
"에이~ 그건 너무 추상적이잖아."
"그럼 배불러 어때?
그래, 수험생의 유일한 낙은 먹는것과 자는것이다. 최고 여흥은 한 끼 점심으로 맛집을 찾는 것이었으니까. 그 후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바뀌었다.
"나 배불러."
"쟤는 참,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내가 쟤 때문에 배불러~"
"날씨 참 배부르다."
"배불러 죽겠어!"